제주 동남부를 달리다 보면 길 옆으로 낮고 넓은 들판이 펼쳐지는 구간이 있습니다. 표선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 성읍리 일대가 특히 그렇습니다. 한라산 중산간의 바람이 아래로 내려오면서 풀과 꽃이 한쪽으로 흔들리는 장면은, 드라이브 중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 풍경입니다.보롬왓을 처음 찾았을 때도 그랬습니다. 길가에서 슬쩍 보이는 꽃밭이 눈에 걸려 차를 세웠고, 이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여러 번 다시 찾게 됐습니다.‘보롬왓’이라는 이름은 제주어로 ‘바람이 부는 밭’에서 온 말입니다. 이름 그대로 이곳은 바람이 많습니다. 특히 9월 이후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기운이 섞이면서 바람의 결이 달라집니다. 여름 내내 짙게 자란 식물들이 이 바람에 흔들리기 시작하면, 보롬왓은 서서히 가을 시즌으로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