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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맛집 흠 잡을 데가 없네

파인드제주 2020. 3. 11. 05:30

얼마 전, 친구를 만나서 속초에 갔다가
대게를 전문으로 하는 속초 맛집에서 같이 식사를 했어요.
저희가 갔던 동명항게찜이란 식당은
홀로 우뚝 솟은 건물을 갖고 있을 만큼 규모가 컸고
그 만큼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 회전율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었어요.
게다가 대게 및 갑각류를 매일 들여오는 곳이라
수족관에서 생물이 오래 방치되는 일도 없더라고요.
무엇보다 기본 찬 구성이 강원도의 토속 음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게 참 좋았어요.
맛이 삼삼하고 자극적이지 않은데 자꾸만 손이 가는,
그런 요리들로 한 상을 거하게 차려주시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오랜 벗을 만났다는 반가움보다
함께 했던 식사가 더 기억에 남아있답니다.







심지어 위치도 훌륭했는데요.
영랑해안길을 따라 이어진 등대해수욕장에서 차로 2분밖에 걸리지 않았고
가는 길에 등대전망대와 영금정을 지났을 정도로
명소와도 가까운 거리였어요.
파도가 부서지는 경쾌한 소리가 그대로 들릴 만큼
바닷가와 가까워서 찾아가는 길에 더욱 설레었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 드렸다시피 고층짜리 단독 건물 전체를 식당으로 쓰기 때문에
저 멀리서도 발견하기 쉬웠어요.
층마다 이 집의 강점과 상호가 간판으로 제작되어 달려 있어서
도착 예정시간에 다다르기도 전에 한 눈에 띄더라고요.






도착했을 땐 건물 뒤쪽 주차장으로 바로 이동했는데요.
입구에 진입하자 마자 직원분께서 나와 직접 주차를 해주시고
열쇠까지 보관해주셔서 차 대는 게 무지 편리했어요.
더욱이 식사 중에 차를 빼달라는 전화를 받거나
나가야 하는 상황이 일어날까 봐 마음 졸이는 일이 없으니
밥 먹는 내내 맘이 편하더라고요.
영업시간은 매일 10:00 - 22:00, 연중무휴였어요.
비교적 이른 시간에 오픈하는 곳이라서
사람이 붐비는 점심때를 피해 식사하기 괜찮을 듯 했답니다.
더불어 느지막이 방문해도 될 만큼
운영되는 시간이 길다는 것도 좋더라고요.






차를 댄 후에는 식당 입구 쪽에 있는 수족관 상태를 살펴봤어요.
우선 물이 굉장히 깨끗해서 바라보는 내내 거부감이 없었어요.
그리고 물이 위에서 아래로, 끊임없이 흐르도록 제작되어 있어서
가라앉은 이물질이나 껴있는 때, 이끼 같은 것들이
하나도 눈에 띄지 않더라고요.
간혹 물량은 많은데 위생 상태가 훌륭하지 않거나,
물은 맑은데 수족관에 오랫동안 게가 방치되어
언뜻 봐도 활기가 없어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요.
여긴 해산물의 신선도와 함께 보관 방법의 수준까지
어디 아쉬운 데가 없었어요.
덕분에 인원에 맞게 구매할 때 굉장히 기분이 좋았답니다.







더군다나 그 위에 여러 매체를 통해
속초 맛집이 소개된 사실이 현수막으로 붙어 있어 믿음이 갔어요.
고향 느낌 물씬 나는 프로부터
외국인들에게 한식을 소개하는 방송까지,
스펙트럼이 매우 폭넓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자세히 보니 한 여성분이
그저 대게만 상 위에 차려질 줄 알았는데
지역이 대표 음식이 이렇게나 많이 차려져서 놀라워하는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메인 외에 제공되는 요리들의 가짓수는 물론이고
그 것들이 모두 강원도를 대표하는 재료로 만들어졌다는 걸 짐작할 수 있어서
들어갈 때부터 몹시 설레었답니다.
또한 한국의 밥상이 이렇게나 화려하고 알차다는 게
전 세계에 소문났다는 게 괜히 뿌듯하더라고요.





안으로 들어갔을 때 저희는 5층으로 자리를 배정받았어요.
아래층에는 손님들이 많이 계셔서 비교적 한적한 층으로 안내 받았는데
좌식과 입식이 모두 갖추어져 있더라고요.
본인에게 맞는 자리를 직접 고를 수 있다는 게 참 좋았어요.
뿐만 아니라 신발을 벗고 들어가도록 내부가 꾸며져 있어서
먼지날림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어요.
저희는 바닥에 앉는 쪽을 택했는데요.
바닥이 따뜻했고 장판이 말랑말랑해서 오래 앉아 있어도 불편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상이 넓게 제작되어 있어서 성인 넷이 앉아도
공간이 협소하지 않아 편하더라고요.






한편 의자에 앉아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은
4인용 테이블이 길게 줄지어 있어서
여럿이 찾아왔을 때 이용하면 좋겠다 싶었어요.
상을 붙이면 10명 이상 앉을 수 있는 단체 석이 만들어져서
나들이 겸 모임으로 방문하신 분들에게 적합할 듯 했답니다.
직원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벨은 상 다리에 부착되어 있었는데요.
그릇을 올릴 자리를 충분히 확보할 뿐 아니라
실수로 눌러 민망한 일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주 사소한 거지만 그런 부분에서 식당의 배려와 아이디어가 엿보이는 느낌이 들어
내부를 둘러보면서 흐뭇했어요.
혹여 텃세나 고루함이 있지는 않을까 했던 기우가 싹 사라졌거든요.






게다가 실내에서 바라본 풍경이 정말 근사했어요.
동해의 푸른 빛과 그 위에 걸쳐진 듯한 구름,
시장의 활기찬 분위기와 영금정의 고풍스러움까지,
먹는 기쁨 못지 않게 보는 즐거움이 컸어요.
주변 배경이 무척 아름다운 동네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의도해서 전망대를 찾아가는 판국에
이렇게 밥 먹으러 온 식당에서 편하게 바깥을 볼 수 있다는 게 참 흡족했답니다.
속초 맛집의 건물 층이 높아서, 터가 좋아서, 그리고 유리창이 아주 깔끔해서
이런 멋진 뷰를 만끽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근처에 많은 가게들이 있었지만 시야가 전혀 가려지지 않았고
홀로 우뚝 솟은 느낌을 받으며 겨울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게
이 집의 가장 큰 메리트였어요.







그렇게 구경하면서 저희가 주문한 대게찜을 기다렸는데요.
벽 한 쪽에 재료 원산지가 적혀있더라고요.
어떤 음식에나 필수로 들어간다고 볼 수 있는 고춧가루부터
배를 든든히 채울 쌀과 김치까지,
모두 국내산 재료만을 공급한다고 설명되어 있어
읽어내려 가면서 점점 안심이 됐어요.
식당의 메인이 되는 재료는 국산을 쓰더라도
많이 티가 나지 않는 고춧가루 같은 조미료는 값싼 중국산을 쓸 법도 한데,
여긴 손님 상위에 올려지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주변 농가에서 직접 구매하고 손수 조리하고 있다는 게
먼 길을 달려갔던 저에게는 참 만족스러운 부분이었어요.






얼마 뒤에 기본 1차 상이 차려졌어요.
기본 식기가 우선 제공되었는데요.
앞 접시와 숟가락, 젓가락 외에 길다란 꼬치 같은 포크를 주시더라고요.
나중에 대게 살을 발라먹을 때 유용할 거라 하셔서
얼른 사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들보들한 속살을 살살 긁어낼 순간을 상상하니 절로 기대가 되었답니다.
뿐만 아니라 기본 양념부터 하나의 근사한 메뉴로 팔 법한 요리까지,
약 열일곱 정도의 반찬들이 제공되어
어느 것부터 먹을까 꽤 고민이 되더라고요.
심지어 반 이상 되는 음식들이 강원도의 대표적인 상징 요리라서
굉장히 의미가 깊었어요.






그 중에서 저는 호박죽으로 빈 속을 달랬어요.
부드럽고 따뜻해서 삼킬 때마다 목 넘김이 편했고
달보드레하면서 은근히 감칠맛이 있어서 계속 입맛이 돌았는데요.
간간히 늙은 호박 건더기가 씹혀서
잘 익은 노란 호박을 일일이 직접 갈아서 쑤었다는 게 쉽게 짐작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먹으면서 채소 자체적인 당도를 잘 뽑아내서
설탕이나 꿀 같은 달달한 양념을 최소화로 사용했다는 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입이 끈적하게 달라붙는 감이 전혀 없었고
너무 과한 단맛을 갑자기 섭취했을 때 식욕이 사라지는 일도 없었거든요.
본격적인 식사에 앞서 가볍게 먹는 식전 음식으로 탁월했어요.







그 다음에 먹었던 건 콘샐러드였는데요.
달금한 건포도와 당근, 완두콩 등
여러 부 재료 들어가 있어서 그런지 색감부터 무지 먹음직스러웠어요.
양념은 마요네즈가 전부였는데 옥수수의 달콤함과
묵직한 고소함이 생각보다 잘 어울리더라고요.
사실 처음엔 마요네즈 때문에 느끼하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는데요.
막상 먹어보니 충분한 수분과 아삭한 식감 덕에 오히려 산뜻했어요.
아이들, 혹은 자녀분과 함께 방문한 손님들에게 무척 인기가 많을 듯 했답니다.







이어서 먹었던 양배추 샐러드는 키위로 만든 드레싱이 끼얹어져 있었어요.
새콤한 향이 가득 퍼져 있어서 먹기 전부터 군침이 돌았답니다.
위에는 잘게 부순 아몬드가 뿌려져 있었는데요.
한번씩 오득오득 씹히면서 구수한 내음을 풍겨서 씹는 재미가 컸어요.
들어간 재료가 아주 다양한 건 아니었지만
양배추가 무척 신선해서 시원한 향이 입안 가득 맴돌았고
아몬드는 오래 묵혔을 때 생기는 쓴맛이 전혀 없어서
굉장히 풍족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거기다 칼로리 걱정은 줄이고 입맛은 확실히 살아나기까지 하니
이거야 말로 일석이조가 아닐까 싶었어요.






그 옆에는 삶은 메추리알이 놓여 있었어요.
예전엔 어느 식당에 가든 흔하게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제공하는 곳이 많이 없어서 개인적으로 참 반가웠어요.
바로 하나를 집어 까먹기 시작했는데
껍질이 스스로 풀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손쉽게 벗겨지더라고요.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어떻게 삶느냐에 따라 벗기는 과정이
쉬워질 수도, 번거로워 질 수도 있기 때문에
속초 맛집의 조리 수준이 얼마나 우수한지 단박에 파악이 됐답니다.
먹을 땐 소금에 살짝 찍어먹었는데
한 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이니만큼 퍽퍽한 느낌이 전혀 없었고
짭쪼름하게 간까지 더해져 입가심하기 딱 좋았어요.







그 뒤에는 소라 숙회를 먹어봤어요.
우선 내장이 모두 제거되어 있어서 비린내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아 좋더라고요.
또 쫄깃한 식감을 적당하게 즐길 수 있을 정도의 두께로 손질이 되어 있어서
오랫동안 질겅질겅 씹어야 한다거나
씹는 재미를 느껴보지도 못했는데 목 뒤로 넘어가 버리는 경우가 없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어요.
무엇보다 차분히 음미했을 때 느껴지던 엷은 단맛이 참 신기했답니다.
원래부터 싱싱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채취한 후 어떤 식으로 보관을 하느냐에 따라서 식감과 맛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데
여긴 갓 잡은 해산물만 취급하고 특성에 맞게 최적의 환경으로 해물을 보관하니
별다른 양념 없이도 충분한 풍미를 느낄 수 있더라고요.






역시나 새우도 질이 좋았어요.
깨끗이 세척한 후 가볍게 쪄내서 수분이 속에 그대로 갇혀 있었고
머리 쪽에는 구수한 내장이 가득 담겨 있더라고요.
그냥 버리긴 아까울 정도라 따로 튀겨먹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답니다.
더군다나 껍질이 질길 만큼 두껍지도, 그렇다고 너무 얇지도 않아서
갑각류 특유의 향긋함과 개운함이 살에 잘 스며 있다는 것도 흡족했어요.
그래서인지 여태껏 습관처럼 줄곧 벗겨먹곤 했는데
이상하게도 여기선 한 마리를 통째로 먹고 싶어 지더라고요.
씹을수록 고소하고 시원한 향미가 입안 가득 고이는 게 딱 제 취향이었어요.






그런가 하면 해초 무침에 구성되어 있던 해조류들은
각기 다른 초록빛을 갖고 있더라고요.
더욱이 보기엔 비슷해도 식감과 불쾌하지 않은 비린 향의 진함이
제각각 다 달라서 무지 흥미로웠어요.
깨끗하게 씻은 후 물기를 쫙 뺐기 때문에 식감은 무척 꼬들꼬들했고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날치알은 개운한 내음을 가득 안고 있어서
씹을 때마다 기분이 좋았답니다.
밑간은 식초로 한 것 같았어요.
떫은 맛은 전혀 없고 시크무레하니 계속 입에 감기더라고요.
무게는 가볍지만 임팩트가 꽤 컸던 반찬이라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어요.







그리고 이 총각 김치가 매우 특별했는데요.
매장에서 직접 담갔기 때문에 깊은 맛이 흔히 사먹던 완제품과는 차원이 달랐어요.
무에서는 씁쓰레한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열무 줄기는 무척 부드럽게 숙성되어 있더라고요.
더불어 국산 고춧가루 특유의 칼칼하면서도 깔끔한 풍미가
무 전체에 퍼져있어서 베어 물 때마다 감탄이 나왔답니다.
앞니로 베어 물 때의 느낌도 남달랐는데요.
딱딱한 듯 하면서도 이내 말랑해지고,
씹을 땐 아삭아삭한 감이 뚜렷하게 와 닿아서
가위로 자르기 보다는 깨물어 잘라 먹는 게 저는 더 좋았어요.







그 외에 낙지젓갈이 기본으로 나오더라고요.
맵짠 양념에 충분히 숙성되었지만
낙지 다리에 삭은 느낌이 전혀 없었고 탱글탱글한 특징이 잘 살아 있었어요.
그리고 고추를 빻아 가루로 뿌리는 게 아니라
어슷하게 썰어 넣었기 때문에 텁텁하다는 생각이 한번도 들지 않았고
오히려 혀끝에 남는 알알함에 군침이 고였어요.
더불어 한번씩 고소한 참기름 향이 느껴지기도 했고
마냥 맵고 짠 게 아니라 진진하게 퍼지는 감칠맛까지 있어서
계속 입맛을 잡아 당기곤 했어요.
갓 지은 흰 쌀밥 위에 조금 얹어서 먹으면 기가 막히겠다 싶었답니다.






그렇다고 속초 맛집에서 해산물만 제공되었던 건 아니었어요.
이렇게 방금 튀긴 고구마 위에 물엿을 뿌린 맛탕 같은 것들도 있었는데요.
전 연령의 손님들이 즐길 거리가 많다는 게 이 곳의 가장 큰 장점이었어요.
뿐만 아니라 맛도 훌륭했는데요.
고구마가 기름을 머금지 않아서 속이 부대끼지 않았고
끈적거리는 물엿을 아주 약간만 뿌려서
입 안에 퍼지는 은은한 달금함과 뿌리 채소 본연의 부드러움이 잘 느껴지곤 했어요.
위에 투박하게 뿌려진 검은깨는 마냥 달기만 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요리를
고소한 내음으로 감싸서 풍미가 한결 더 근사했어요.






그 밖에 감자떡이 반찬으로 나와서 좀 놀랐어요.
담백한 맛과 전분의 찰기덕에 쫀득한 식감이 참 조화롭더라고요.
덕분에 괜찮은 후식이 될 수도, 향토적인 전채요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앙금은 녹두로 만든 듯 했는데요.
중앙 공간을 꽉 채울 만큼 앙금이 풍성히 들어 있어서
속재료 없이 반죽만 먹는 듯한 불편한 기분이 한번도 들지 않았답니다.
해풍을 맞고 자라 알의 단단함과 보드랍게 으깨지는 질감이 남다른 강원도 감자를
지역을 대표하면서 한식의 정서를 잘 담고 있는 떡으로 맛볼 수 있다는 게
개인적으로 저는 무지 마음에 들었어요.







뒤이어 물회가 서브되었어요.
크나큰 대접에 새빨간 육수와 뽀얗고 맑은 느낌의 흰살 생선이 가득 담겨 있어서
서너명에서 나눠먹기 딱 좋았어요.
그뿐 아니라 검은 깨를 가득 뿌려주셨는데
일반 참깨에 비해 가격이 월등히 비싼 걸 알기에
이 식당의 인심이 어느 정도인지 생생하게 실감되었어요.
저는 우선 육수부터 한 숟가락 떠먹어 봤는데요.
살얼음이 오독오독 씹히면서 한기가 이내 입 안에 퍼졌고
매콤하면서 달콤한 맛이 이내 뒤따라서
이가 시린데도 불구하고 숟가락질을 멈추는 게 어려웠어요.
감칠맛을 액체화 한다면 딱 이 육수가 아닐까 싶었답니다.






그와 함께 소면을 따로 내주셨는데요.
차디찬 국물에 풀어서 냉국수로 먹을 걸 생각하니 벌써 설레더라고요.
면은 한 사람 분량에 맞게 뭉쳐져 있었는데
떡져서 풀기 힘들지도, 수분이 날아가 말라 비틀어진 느낌을 받지도 않을 만큼
익힘 정도가 훌륭했어요.
가닥가닥이 흩어지면서 새콤한 육수의 맛이 잘 흡수되었고
아래에 가득 깔린 아삭한 양배추와 뒤섞여
젓가락질을 할 때마다 마음에 흡족함이 서렸답니다.
그래서 인지 이런 찬 음식을 먹어도 속이 확 풀리더라고요.
날이 추워 따뜻한 음식만 반가울 줄 알았는데
머리가 띵해질 만큼 시원한 국물이 당길 줄은 미처 몰랐어요.







그렇게 물회를 먹다 보니 뱃속에 냉기가 가득 찬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요.
그 때 이 따뜻한 미역국을 한 술 뜨니 속이 차분해지면서 편해지더라고요.
이 국은 오직 미역으로만 맛을 낸 거였는데
특유의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육수에 잔뜩 서려있어서
단출한 구성임에도 굉장히 풍성한 느낌을 받았답니다.
보통 소고기를 달달 볶아서 끓이곤 하는데
이렇게 기름 한 방울 없이, 해초의 풍미만으로
담백하게 끓여내는 것도 제 입맛에 잘 맞았어요.
혹시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시는 분들은 국물에 밥을 말아 애들 먹이기도 참 좋을 듯 했어요.






그때쯤 오징어순대가 방금 지져져 제공됐어요.
샛노란 계란 옷을 입고 있었는데
반짝반짝 빛나는 윤기를 가득 머금고 있는 게 무척 보암직했어요.
동그란 오징어 안에는 소가 가득 채워져 있어요.
다진 고기와 야채가 얼마나 꽉 차있던지
옆구리가 터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였어요.
이 것 또한 강원도의 상징 음식 중 하나인데
삼삼한 간과 육즙의 고소함, 채소의 싱그러움까지, 풍미가 놀랍더라고요.
이렇게 한 공간에서 이토록 많은 진미를 맛볼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이 곳이 뇌리에 박혀있어요.






이건 게 다리 튀김이었는데요.
손잡이로 활용할 부분의 껍데기만 남기고
다리살은 먹기 좋게 손질해서 먹기가 무척 편리했어요.
게다가 바삭한 튀김 옷이 보기보다 얇아서
속에 든 게살의 달큼한 풍미가 굉장히 진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단순히 찌고 삶고 끓여먹는 게 아니라
이런 방식으로도 대게를 접할 수 있다는 게 무척 신기했어요.
그리고 처음 나왔을 때 김이 서릴 만큼 뜨거워서 한 김 식혀서 먹었는데요.
그럼에도 튀김이 눅눅해지지 않아 더욱 좋았어요.
돌아보면 속초 맛집에서 차려진 기본 음식들은
양도 많을 뿐 아니라 조리 방식도 다 특색 있었어요.
그 덕에 먹는 재미가 더욱 커져갔던 게 아닐까 싶어요.







이렇게 많은 밑반찬 중 단연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었던 모듬회는
광어와 우럭, 연어, 멍게로 구성이 되어 있었어요.
한 사람당 네다섯 점이면 끝나 버릴 한 접시였지만
고급스러운 담음새와 회의 신선도를 봤을 때
이 집의 메인 음식 중 하나로 봐도 손색 없겠더라고요.
거기다가 한가지 종류의 생선만 먹는 게 아니라
다양한 어종을 동시에 맛볼 수 있으니
기본상에서부터 적잖게 감동했답니다.
아래에 깔려있던 돌멩이는 굉장히 차가웠는데
미리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방금 뜬 회를 플레이팅할 때 바로 꺼내 쓰시는 듯 했어요.
덕분에 날생선 특유의 미지근한 감은 싹 사라지고
쫄깃하고 탄탄한 질감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제 아무리 기본 음식들이 훌륭하다 해도
진짜 메인 요리에 견주지는 못하더라고요.
조리 및 손질을 방금 끝낸 대게가 상 위에 올려졌을 때
어랑어랑한 색깔과 진하고 개운한 냄새에 저희 모두 시선을 빼앗겼어요.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였던 건 단연 집게발이 아니었나 싶어요.
뾰족한 끝을 잡고 윗부분을 벗기면 볼록하게 차오른 살이 드러났는데요.
향과 맛 모두 달곰해서 각자 하나씩 서둘러 먹느라 모두 바빠졌어요.
아무래도 바다에 사는 생물이라 기본적으로 짠맛이 세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찝찌레한 느낌 하나 없이, 적당한 간간함이 느껴져 입맛 당겼답니다.







한편 다리 부분은 살이 가득 차다 못해 터져 나올 지경이었는데요.
그만큼 살이 껍데기에 바짝 붙어있어서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빼내는 게 힘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반대쪽 구멍에 길쭉한 포크를 찔러 넣어 빼곤 했어요.
그랬더니 발라먹기가 한결 쉽더라고요.
살점이 조금 흐트러지고 결대로 찢기기도 했지만
그 사이마다 수분이 가득 차있는 게 오히려 잘 보여서
삐죽삐죽 변한 모양이 전혀 서운하지 않았어요.
먹었을 땐 생각보다 살집이 매우 단단해서 좀 놀랐는데요.
살수율이 좋은 대게는 마냥 촉촉하고 부드럽기만 한 게 아니라
이렇게 씹는 감도 훌륭하더라고요.







뿐만 아니라 이렇게 내장 또한 듬쑥했는데요.
구수하면서 달곰할 뿐 아니라
이렇게 자박하게 국물까지 고여있는 건 몇 번 보지 못했기 때문에
저희가 고른 속초 맛집의 대게 품질에 더욱 만족했어요.
그러다 보니 간장이나 초장이 아닌, 구수하고 달곰한 녹장에 찍어먹는 게 좋더라고요.
지나치게 쓰진 않더라고 조금은 씁쓰름할 거라 예상했는데
달짝지근한 맛과 개운한 향이 엄청 진하게 느껴져 첫 한입부터 느낌이 강렬했어요.
조금의 비릿한 냄새 없이, 해산물에서 이 정도의 단맛과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저에겐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그런가 하면 몸통 쪽의 살은 무척 촘촘하면서 구석구석에 퍼져 있어서
발라먹는 재미가 있었어요.
이 때 긴 도구가 매우 유용했는데요.
깊은 곳까지 밀어 넣을 수 있어서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살점까지 모두 긁어낼 수 있었어요.
긁어낸 속살은 앞 접시에 모두 모아 숟가락으로 퍼먹곤 했는데요.
등딱지와 맞닿은 부분이니 만큼 푸른 내장이 스며 있었고
그 부드럽고 향긋한 풍미가 살 전체에 번져있어 참 맛있더라고요.
더욱이 갑각류 껍데기의 시원한 향까지 속에 배어서
한 술 뜰 때마다 절로 눈이 감겼어요.
그렇게 먹다 보니 다른 부위와는 다른,
몸통 만의 매력에 모두들 완전히 매료되었답니다.






그러다가 얼마 후, 식사가 제공되었어요.
먼저 나왔던 볶음밥은 게딱지를 가득 채웠던 내장을 가득 넣은 덕분에
밥알마다 초록 빛이 새겨져 있었는데요.
쌀 특유의 묘연한 달큼함과 녹장의 고소함의 조화가 일품이었어요.
더불어 껍데기에 달라 붙어있던 알까지 모두 긁어 모아 넣어 주셨더라고요.
마치 날치알이 터지는 듯한 식감이 쉴 새 없이 느껴져 참 이색적이었어요.
그와 함께 김가루, 다진 야채도 들어 있었는데요.
당근이 가열되면서 단맛이 우러나와 자꾸 구미가 당겼어요.
이런 밥 한 그릇이라면 입이 짧은 어린이들도
금세 한 그릇을 다 비우지 않을까 싶었어요.






하지만 어른들에게는 이런 담백한 맛이
어느 순간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지도 모르겠는데요.
그래서 저는 총각 김치 같은 반찬들을 기호에 맞게 조합하며 먹었어요.
그러면 고루함이 싹 사라지고 볶음밥이 다시 새롭더라고요.
김치 양념의 매큼한 맛과 함께 무의 아삭한 식감까지 더해지니
질고 순한 밥을 아무리 먹어도 지루하지 않았어요.
그 외에 낙지젓살, 물회 육수, 미역국 등을 취향에 맞춰 곁들였더니
배가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먹는 걸 끝내기가 참 어려웠답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라 대게 라면이 뒤이어 나오더라고요.
마침 얼큰하도 뜨끈한 국물이 고팠던 차라 무지 반가웠어요.
이 집의 라면은 평소 집에서 간편하게 끓여먹는 것과는 달리
육수에 게와 각종 채소를 넣어 진하게 우려낸 슬로우 푸드에 가까웠는데요.
고추와 대파를 활용해서 국물 맛이 무척 맵싸했어요.
얼핏 보면 기성 제품의 스프를 넣은 물과 비슷한 것 같지만
막상 한 술 떠서 넘겨 보니 목 넘김이 훨씬 깔끔하고 근사했어요.
그렇게 육수를 충분히 우려낸 후 면을 넣어 본격적으로 끓이기 시작했답니다.






몇 분 후, 대게라면이 완성되었어요.
그래서 각자 앞 접시에 덜어 맛보기 시작했는데요.
끓일 때 느껴지던 컬컬한 냄새와는 달리
실제 국물 맛이 적당히 매큼한 정도라
그릇을 들고 마셔도 아무런 부담이 없었어요.






매운 음식을 즐겨 드시는 분들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손님들도 충분히 즐기실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또 면은 밀가루 풋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게의 달곰한 맛과 대파의 시원함이 묘연하게 서려있어서 느낌이 색달랐어요.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알던 음식에서도 큰 감탄을 자아낼 만큼
속초 맛집의 요리 구성이 굉장히 탄탄했던 것 같아요.
그 덕분에 식사의 첫 시작이었던 죽부터 얼큰한 국물로 했던 마무리까지,
나무랄 데 없이 입맛에 잘 맞았을 뿐 아니라 식후에 소화도 잘 되었답니다.
그런 의미에서 굳이 속초가 아니더라도 어디에나 대게 전문점은 많지만
동명항게찜 같은 식당은 또 없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Find Korea : 동명항게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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