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걷기로 했는데 비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일정이 틀어져서 그냥 집에 있을까 하다가
황금 같은 휴일을 그냥 보내기는 아쉬워서
북카페인 동경앤책방 가서 제주 바다전망 브런치 즐기고
여유롭게 책을 읽으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지는 공간이라 평소에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저도 집중하게 되는 분위기였어요.
T. 010-4717-0727
애월해안도로를 달리며 바닷 바람도 쐬어주었어요.
창문을 활짝 열고 달리기 딱 좋은 날이었습니다.
비가 간간히 내렸던 날이라 다소 습한 공기였지만
맑고 깨끗해서 상쾌하게 느껴지더군요.
같은 바다인데도 매일 달라보이는 모습...
바다는 계속 변화하는 존재라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혹시 비가 또 오지 않을까 해서 차에서 우산을 들고 나서
잠시 바닷가 산책을 했는데요, 전국적으로 산불 소식이 많던
시기라서 촉촉하게 내리는 비가 싫지만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반가운 존재이지요.
해안도로에서 빠져나와 찜해두었던 카페로 향했습니다.
주차는 하귀 마을 골목 쪽에 하고 들어갔어요.
카페는 아래 사진의 왼쪽 건물 2층에 위치하고 있어요.
카페 영업시간은 평일 9시 ~ 22시, 주말은 11시 ~ 10시 이며
매 주 화요일은 휴무일입니다.
카페에 들어가기 전 만난 고양이입니다.
검은 고양이를 보니 바로 동요가 하나 떠올랐어요.
어릴 적에 부르던 노래였는데 가사까지 다 생각나는 게 신기했지요.
옆에 써 있는 문구를 보니 키우는 고양이는 아니고
길고양이를 위해 마련된 공간 같기도 했습니다.
꽤 이른 시간이었는데 제주 바다전망 브런치 즐기러
오신 분들이 저 말고도 또 있었습니다.
부지런히 나와서 제가 첫 손님일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휴일에 느긋하게 늦잠을 자는 것도 좋아하지만,
이곳에 오니 훨씬 하루를 뿌듯하게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곳곳에서 책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
노트북을 들고 와서 업무를 보거나 동영상 강의를 듣는 분들도 계셨어요.
저도 적막한 독서실에서는 오히려 집중이 되지 않는 스타일이라
이런 북카페에서 일을 하는 것을 즐기고는 합니다.
카페 중간에서는 인테리어와 잘 어울리는 작은 바다뷰도 펼쳐집니다.
다양한 식물들과 꽃이 있어 분위기가 참 좋았어요.
종종 연주회가 열린다고도 하던데 다음번에 시간이 맞으면
연주회 날 맞춰서 한번 와보고 싶습니다.
제 친구는 지난번에 이곳에서 열린 재즈피아노 연주회에 다녀왔다더군요.
책방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읽기 좋은 책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헌책이 아니라 새책 같은 퀄리티의 책들이에요.
저는 사실 읽을 책을 두어 권 가져왔습니다.
마음에 드는 책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요.
하지만 오히려 읽고 싶었던 책이 많아서 고민이었습니다. ㅎㅎ
저는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것도 좋아합니다.
사람의 기억력이 완벽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책의 경우에는 몇 번을 읽어도 새로 읽는 것 같더군요.
그 날의 컨디션이나 기분에 따라 같은 구절도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제일 처음 고른 책은 '여행의 이유' 였습니다.
여행에 관한 책을 읽으면 대리만족이 되곤 하지요.
언젠가 떠날 여행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도 있고요.
제주 여행 책도 보며 올 해 가보고 싶은 곳들을 몇 군데 고르기도 했습니다.
무거운 백팩을 짊어지고 떠나는 여행을 언젠가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카페에 마련된 책 관련 소품들 중에서 왼쪽의 뱃지가 마음에 들어 구입했지요.
백팩에 달아두었는데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
카페 한 켠에 피아노가 놓여 있었습니다.
함께 갔던 친구가 피아노를 꽤 오랫동안 취미로 삼고 있어서
연주를 부탁하고 싶었지만 책 읽는 분들께 방해될 것 같아서 말았어요.
저도 악기 하나 잘 다룰 수 있으면 좋겠다 싶은데...
항상 어떤 악기가 좋을지 고민하다가 끝나곤 합니다.
책과 함께 전시되어 있었던 음반들.
저도 집에 CD 플레이어가 있는데 언제 마지막으로 써 봤는지 몰라요.
창고에 테이프와 CD, 레코드판까지 있는데
언젠가 한번 정리하면서 들어봐야겠다 싶습니다.
제주 바다전망 브런치 즐기러 오시는 분들의 테이블마다
샌드위치는 거의 빠짐없이 하나씩 놓여있었던 것 같아요.
저희도 음료와 함께 샌드위치를 주문했습니다.
담겨 나오는 그릇과 찻잔이 예뻐서 손 대기 아까웠어요.
핸드드립커피가 맛있는 곳이라 저는 커피를 주문했습니다.
원두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였고 기분 좋은 산미가 감돌았어요.
천천히 입 안에서 음미하며 즐기니 꽃향기가 느껴지네요.
바쁜 일상 속에서는 아무리 맛있는 커피를 마셔도
이렇게 입 안에 남는 잔향까지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냥 잠을 깨고 정신을 맑게 하기 위해 마신다고 할까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여유를 즐기다보니
커피 한 모금에서도 소확행이 느껴집니다.
샌드위치는 동경산도와 카라시마요산도로 주문했어요.
이름을 보면 일본식 샌드위치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동경산도는 두툼한 계란말이와 햄, 오이 등이 들어가 있었고
카라시마요는 여러 재료를 넣고 계란후라이를 해서 만든 것이었습니다.
저는 동경산도를, 친구는 카라시마요를 더 좋아했어요.
동경산도는 담백하고 폭신한 느낌에 산뜻한 와사비 소스가 들어가서 깔끔했습니다.
둘 다 특별한 정성이 느껴지는 샌드위치예요.
브런치를 즐기며 독서로 시작하는 휴일...
지난번에 TV 에서 어떤 연예인이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고
촬영을 위해 가식적으로 꾸민 것이 아닌가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제가 이 공간에 들어와 있으니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되네요.
학창시절에는 강요에 의해 정해진 책을 읽었지만
이젠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기에,
책 읽는 재미를 발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주 바다전망 브런치 즐기는 동안 시간이 순삭되었습니다.
동경앤책방 갈 땐 2시간 정도 있다 오지 않을까 했는데,
중간에 음료와 쿠키를 다시 한번 주문하고 더 오래 머물렀어요.
이곳 특유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조용한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드네요.
너무 덥거나 비와서 야외 활동하기 어려운 날 또 방문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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